- 블로거들 2007 대선현장을 달리자
얼마전 한겨레 안수찬기자의 <기자 그 매력적인 이름을 갖다>를 읽었습니다. 저널리즘을 알고 싶으면 꼭 봐야 한다는 지인의 추천이 있어 주문한 책이었습니다. 처음 포장지를 뜯고 기자지망생의 입사지침서란 걸 알고서는 떨떠름했지만 곧 책에 빠져들면서 지인의 추천에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습니다.
안수찬기자의 책
읽으면서 많이 놀랐던 부분이 수습기자생활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수습기자들은 대개 4개월간 경찰서에서 수습생활을 한다고 합니다. 숙식을 경찰서에서 하는데 새벽 4시에 일어나 그 다음날 새벽 2시에 잡니다. 수습 4개월간 하루 2시간 수면을 하는 그야말로 살인적인 수련과정을 모든 기자들이 거친다는 겁니다.
안수찬기자는 이러한 엄격한 도제식 교육에 대해 “빠른 시간 안에 기자 노동에 익숙해지도록 만드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면서 신문사의 하루 정해진 마감 시간을 지키기 위해서는 “철칙을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체득”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극한까지 밀어붙여 본 경험들이 언론인의 구실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기자되기 정말 어렵습니다. 입사하기도 힘들지만 이러한 수련과정을 버티는 것도 보통 각오로는 힘들 것 같습니다. 신문사가 요구하는 수준의 퀄리티와 정확성을 갖춘 기사를 정해진 시간 안에 써내려면 혹독한 도제식 교육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배우자가 운전면허를 연습중입니다. 11월쯤이면 자격증을 딸 거 같다고 합니다. 운전을 한다는 것에 대해 기대도 하고 또 두려움도 가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엔 운전하는 저를 보며 운전이 어렵냐고 물어보더군요. “아무나 하잖아”라는 대답을 할라는 찰라 머릿속에 다른 생각이 스쳤습니다.
정말 운전은 쉬운걸까? 자격증을 따고 운전 시작할 때를 생각해보니 2-3년차까지도 도로에 나갈 때마다 긴장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땐 밤에 운전할 때 항상 등에 식은 땀이 흘렀습니다. 1차선 도로에선 마주 오는 차가 충돌하지 않을까 핸들 잡은 손에 힘이 너무 들어가 내리면 팔이 저려오곤 했습니다. 고속도로를 좀 달리고나면 다리가 후들거렸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찔했던 위기의 순간도 많았습니다. 운전이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지기 시작했던 것은 3년쯤 지나서였습니다.
생각해보니 운전은 쉽지 않았습니다. 누구든지 한다고 쉬운 건 아닙니다. 도로에서 속도와 거리감을 익힐려면 많은 경험이 필요합니다. 1톤 가까운 차체를 100키로 전후의 속도로 제어한다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닙니다. 상대 운전자의 반응이나 신호에 익숙해지는 것도 시간이 걸립니다. 처음 상대가 어떤 움직임을 원하는지 몰라 당황도 많이 했습니다. 도로에서 다른 운전자와 보조를 맞추고 적절한 판단력을 갖추기 위해선 자격증 딴 이후에도 꽤 오랜 기간의 훈련이 필요했습니다. 배우자에게 대답했습니다. “운전 그거 절대 쉬운 거 아냐”
만약 운전의 자격을 소수에게만 제한하고 훈련도 혹독히 시킨다면 어떨까요. 터무니 없는 상상입니다. 그러나 운전이 제한된 도제식 수업이 되어야 한다는 요구는 그 어떤 직종보다도 강한 명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해 교통사고로 수많은 사람이 죽습니다. 운전자에게는 한해 수천만명의 목숨이 달려있습니다. 목숨을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그 어느 직종보다 더 작업의 퀄리티와 정확성이 필요합니다.
운전자의 자격이 제한된다면 신문기자와 같은 엄격한 수습과정도 생겨날지 모릅니다. 하루 2시간 재우는 이유는 졸음운전의 위험성을 몸으로 체득하고 버티는 훈련을 하라는 이유가 붙겠죠. 또 선배운전자들은 이런 호통을 칠겁니다. “너희들 손목 잘못 돌리면 한순간에 차는 뒤집어 져. 그러면 니들은 자신의 목숨뿐 아니라 아무 죄 없는 태운 사람들까지 죽이는 살인자가 된단 말이야” “수백그램 공을 맞아도 다치는데 너희들은 수천키로 쇠뭉치야 정신차리란 말이야”
운전이 쉬운게 아니라 운전의 접근이 쉬운 겁니다. 접근이 쉬운 것은 운전을 욕망하고 필요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기자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 접근도 어렵습니다. 접근이 어려운 것은 기자를 욕망하고 필요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누구나 취재를 원하고 하고 기자를 욕망하는 시대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도제식 수업은 여전할까요. 초보운전자도 도로에 나가듯 초보기자도 초보딱지 붙이고 취재현장에 나가게 되지 않을까요. 고참기자들은 그걸 바라보고 “초보네”하는 가벼운 조롱정도에 그치고 도로를 공유하듯 취재현장을 공유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될 가능성도 많습니다. 점점 컨텐츠가 중요해지는 세상입니다. 컨텐츠경제로 이행하면서 컨텐츠 부족에 시달리는 미디어는 보다 많은 대중이 컨텐츠를 만드는 세상을 원하게 될겁니다. 자동차의 대중화가 자본의 이익이듯 컨텐츠 생산의 대중화가 자본의 이익이 되면서 자동차 회사가 마이카를 부추겼듯 캠코더나 디카 회사와 미디어기업들은 사람들에게 블로거기자를 부추길지 모릅니다.
항상 기자들에게만 보내졌던 보도자료. 저희가 국민에게 이야기고자 하는 사안들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자료인 보도자료를 블로거기자들에게도 보내드리겠습니다. 원하시는 블로거기자 분들이 보도자료를 제약 없이 받고 저희의 대선 진행과정에 대해 제약 없는 취재를 통해 저희에게 아픈 이야기이던 좋은 이야기이던 맘껏 기사를 써주시길 바랍니다.
선정된 블로거들에게는 정동영 캠프에서 발표되는 모든 보도자료 및 행사 취재 관련한 안내 문자 등이 발송 될 예정이며 캠프에서 진행하는 언론 브리핑에 자유롭게 참석하실 수 있는 권한과 프레스증이 발급될 예정입니다.
보도자료 받는 블로거기자. 한번 해보시겠습니까?(정동영 블로그 포스트 중에서)
정동영후보가 며칠 전 블로거에게 기자와 동등하게 취재권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문국현 권영길 후보도 비슷한 제안을 했습니다. 현재까지 정동영후보가 가장 구체적이고 실현의지도 강해보입니다.(문국현, 권영길후보 좀더 분명한 제안 부탁드립니다.)
대통령후보들이 도제식교육도 받지 않은 블로거들에게 취재의 도로로 나오라고 손짓합니다. 물론 그들이 필요해서 그런 겁니다. 대선주자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접근권을 낮춘 겁니다. 제안을 마다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널리즘에서 경쟁자가 많아진다는 것은 공익적 현상입니다. 오히려 적극 호응해서 낮아진 접근권이 다시 올라가는 일이 없도록 못을 박을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기자의 접근권까지 어려울 필요는 없습니다. 초보라서 위험하다고요? 원래 사고는 운전 좀 안다고 자신할 때 잘 납니다. 운전을 처음시작할 때와 같은 긴장과 기대를 가지고 한손엔 디카를 들고 블로그에 올라탑시다. 블로거들, 2007대선 취재현장을 달려봅시다.
by 커서
moveon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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