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광화문에 잠깐 들렀다가 kbs로 자리를 옮겼는데 거기서 소문으로만 듣던 다인아빠의 스넥카를 만났습니다. 자원봉사 하시는 분들이 부지런히 라면봉지를 뜯고 계셨습니다.
저녁을 든든히 먹은 터라 그닥 시장하지도 않았고 평소 라면을 즐기는 편도 아니지만 앉아있는 자리로 배달된 라면 한 그릇을 황송한 마음으로 나누어 먹었습니다. 먹는 사람도 대접하는 사람도 서로 고맙고 안쓰러운 마음이었습니다.
더운 여름날 길에서 촛불 들고 밤이 깊도록 집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과 땀을 흘리며 몇 백 개의 라면을 끓여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의 무언의 교감이 더해서 뭐라 말할 수 없이 엄숙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내 삶에 오래 기억될 기념비적인 끼니였습니다.
신약성서의 공관복음에 공통적으로 나오는 기사가 하나 있습니다.
예수께서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수 천명의 사람들을 먹인 이야기이지요. 복음서 마다 조금씩 내용이 다르기는 하지만 이것을 오병이어의 기적이라고 합니다.
나는 다인아빠의 라면에서 새벽마다 공수되는 김밥에서 거리 모퉁이에 이름없는 사람들이 놓고 가는 생수와 초코파이에서 날마다 날마다 기적을 봅니다. 땀흘리면서도 기쁜 마음으로 자원봉사를 하는 많은 사람들과 자발적인 모금운동으로 빛의 속도로 필요한 일들을 찾아내고 추진해 나가는 사람들에게서 기적을 봅니다.
본질적으로 예수 그리스도 께서 행한 기적과 2008년 대한민국 거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 다르지 않다고 감히 생각해 봅니다. 소년이 아낌없이 내어놓은 소박한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가 수 천 명을 먹인 것처럼 소박한 사람들의 서로에 대한 배려와 나눔이 한 그릇의 라면을 기적으로 만들어 냅니다.
|
|
▲ KBS 본관 앞, 커피와 라면을 끓여 나눠주는 자원봉사를 하던 '다인아빠'의 용달차 |
| ⓒ 박형준 | |
이렇게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사람들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것이 기쁘고 자랑스럽습니다. 나만 잘 사는 세상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잘 살고 우리 아이들이 잘 사는 세상을 위해 매일 촛불을 들고 후원계좌에 십시일반으로 송금을 하는 사람들을 사랑합니다.
역사이래 시공을 초월해서 가장 어리석은 대통령으로 기록될 이모씨는 인터넷을 가리켜 무책임한 괴담의 형성지이며 부정확한 루머가 판치며 익명성이 악용되는 위험한 공간이라고 했습니다. 그 사람과 그의 사람들은 야동과 악플과 사기와 알바가 판치는 인터넷 말고는 모릅니다.
모름지기 사람의 사고는 자신의 경험에 의해 지배되는 법입니다. 조금만 더 들어가면 아름다운 공동체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서로에 대한 배려와 나눔과 실천과 학습을 볼 수 있으련만 웬만해선 귓구멍이 뚫리지 않을 사람들에게 그것을 가르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차라리 쇠 귀에 경을 읽지요.
생선을 싼 종이에서는 비린내가 나고 향을 싼 종이에서는 향내가 납니다.
비린내 나는 종이만 골라 냄새를 맡으면서 세상의 모든 종이에서는 비린내가 난다고 단정짓는 바보들에게 오늘 밤 다인아빠의 라면 한 그릇을 권합니다.
by 미네르바
http://www.moveon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