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브온21


언제나 그렇듯이, 예나 지금이나 순한 사람, 착한 사람, 말 잘 듣는 사람, 둥글둥글한 사람을 좋아한다.
의견을 내세우고 각을 세우는 사람보다 앞에서 선창하고 계몽하는 지휘자들을 묵수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외적이 쳐들어오면 자발적으로 의용군에 참여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천재지변고를 당했을 때, 몸을 사리지 않고 뼈 바스러지게 희생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리고 사태나 상황이 수습되었을 때 보상을 바라지 않고 조용히 삶터로 돌아가는 순민(順民)의 덕을 칭송한다.

오늘이 육이오이다.
전쟁의 기원은 어디에 있든 간에, 희생자는 일제의 징병, 징용 시기에 나이가 덜 차서 징발되지 않은 1920~1935 의 젊은이들었다. 이날은 그들의 고귀한 시간들을 아무 의미없는 광란의 참화에 녹여버린 오욕스런 날들의 첫날이었다. 어린 아내에게 편지 한장 쓸 정도 공민교육의 혜택도 받은 일 없는 그 순한 양같은 청년들이 내 형, 내 동생을 쏘는 기름바른 아카보 장총, M1소총의 금속장치를 두들겨 맞으며 배웠다고 한다. 그리하여 대살육극에 어쩔 수 없이 동참하는 불운을 당하면서 말이다.

한 달 전쯤, 옛자취 아려한 공원에 간 적이 있다. 이마 한 쪽이 패이고 한쪽 눈이 없는 80 넘은 할아버지를 뵈었다. 이런 저런 얘기 끝에 얼굴의 상처가 생긴 원인을 물으니, 육이오 때 그런 끔찍한 외상을 당했다고 한다. 다행히 혼인 후에 갔기에 망정이지 그런 몸으로 '혼인성사'가 가당키나 했겠냐고 허허롭게 웃음을 보이셨다.

국가라는 추상집단, 혹은 전쟁 일으킨 자들의 협박과 위협, 그리고 지배하는 자들이 등을 떠미는 통에 아까운 청춘과 귀한 몸마저 넝마처럼 찢기우고, 그들은 '다만 그러했을 뿐 뭘 바라고 뭘 탓하겠느냐?' 라는 노자 옹 비슷한 처세의 달관으로 그냥 그렇게 나이드시고 생의 황혼을 걷고 있는 것이다.

글을 많이 배우지 못하고 인습과 계급의 위계에 감히 저항할 수 없는 대다수 서민들은 '까라면 까야지'라는 국가 조직깡패들의 극성에 주체적 개인으로서 자아실현도 행복도 다 어디엔가 유폐시킨 채 '조국과 민족을 위해 이 한 몸 바쳐'를 세뇌당하고 어느 논두렁 어느 밭기슭에 들풀로 코스모스로 화해버리고 말았다.

지금 촛불든 저 발랄한 십대의 귀여운 저항과 이전의 저항이나 운동 틀에 구겨 넣을 수 없는, 행복한 개인, 아름다운 연대의 공동체를 꿈꾸는 저들의 상상력에 제동을 거는 촛불 조기 진화, 촛불시위에 대한 단견들은 낡은 꼰대들의 달보고 개가 짖는 헛소리에 불과하다.

똥개도 짖으면 무서워하고, 위협 주는 놈들에게 물어뜯는 용맹을 보이면 반대로 어렵게 대하고 조심한다. 여태껏 똥개처럼 걷어 차이고 개밥의 도토리로 푸대접 받은 순민들의 '나를 찾는 여행'- 그 촛불 여정에 도시락이나 김밥 한 줄, 사이다 1병 쥐어주지 못할망정 촛불진화, 촛불의 방향성을 자기 틀에 맞추면서 적용시키는 오만방자, 거만무례를 누구든 보여서는 안된다.

촛불은 꺼질 때 되면 꺼진다. 켠 사람들은 가만히 있는데 구경꾼 주제에 '이제 그만하면 꺼야지?'라는 주문은 홍준표나 이문열이나 샴썅둥이, 게나 가재나 도둑놈이나 훔쳐간 놈이나 거기가 거기다.



                                                             
by 물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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