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브온21


제임스 드 니로와 제레미 아이언스가 주연한 영화 ‘미션“의 마지막 장면에 포루투갈 군대와 맞서는 두 가지 방식이 나옵니다. 가브리엘 신부가 맞서는 비폭력적인 방식, 멘도사 신부가 맞서는 저항 방식. 두 방식 중 어느 방식이 더 좋은 것인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영성체를 들고 총알 앞에 서서 죽음을 당하는 가브리엘 신부나 칼을 들고 저항하다 죽은 멘도사 신부나 방식은 다를 뿐이지 권력 앞에 저항이라는 이유는 똑같습니다. 잘못된 권력 앞에서 사람들은 자기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저항을 하는 것 뿐입니다.

멘도사 신부가 포루투갈 군대의 총 앞에 칼을 든 것도 어떻게 보면 소극적 저항일 뿐입니다. 멘도사 신부는 포루투갈 군대에게 돌격 앞으로, 한 것이 아니라 과라니족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방어적으로 칼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전경의 몽둥이에 최소한의 방어를 할 수 있는 무기를 드는 것은 자위권입니다. 시위대들이 무기를 들고 먼저 돌격하진 않습니다. 멘도사 신부의 칼처럼 말이죠. 무차별적으로 행해지는 경찰의 폭력에 비폭력을 외치고 무저항을 외치는 것은 소용없는 행위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시민이 저항을 하면 극렬폭도로 규정하고 저항을 안 해도 불법 집회 하는 폭도로 규정했기 때문입니다. 이러나 저러나 폭도는 매한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전경이 때리면 국가 정체성 사수고 시민이 때리면 폭도다? 그 전경 월급을 바로 시민이 줍니다. 왜 월급 주면서 얻어터지고 닭장차에 끌려가나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고 헌법에 나와 있습니다. 헌법은 이명박 정부 옹호하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닙니다. 국민을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죠.

지난 토요일 수녀님들을 앞세운 수백명의 천주교 분들이 시청 앞으로 행진해 오더군요. 그 행진을 바라보며 말문이 막힙니다. 가슴이 먹먹하죠. 내 주위의 사람들, 눈가에 이슬이 맺힙니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유신론자인 수녀님들이 설마 변증법적 유물론을 숭상하는 무신론자들은 아니겠죠?

오늘 정의구현사제단에서 시국 미사를 6시에 시청광장에서 연다고 합니다. 내가 비록 천주교신자는 아니지만 기독교도 천주교에서 갈라져 나온 만큼 위 아더 월드라고 생각하고 참석할 생각입니다.

기존 천주교의 부패 때문에 프로테스탄트가 나왔는데 지금은 프로테스탄트가 기득권화되어 천주교와 입장이 바뀐 상황입니다. 구국 기도회는 들어 봤어도 시국 기도회는 못 들어 봤습니다. 7월 4일 불교계에서도 시국 법회를 한다고 하는데 도대체 기독교는 언제 시국 기도회를 할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명박이 하야하면 시국 기도회 할 생각 인가요?

토요일 집회에서 파이낸셜 빌딩 앞에 있다 전경의 진압으로 무브온 분들과 헤어지고 혼자 시청 쪽으로 밀려났습니다. 그 과정에서 전경이 휘두른 방패에 팔을 맞아 오늘 아침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다행히 골절은 아니고 타박상이라고 하더군요. 맞은 부위에 아까징끼 바르니 씻은 듯이 나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천주교 사제단이 경건한 시국미사를 한다고 하니 성경책 하나 들고 나가 가브리엘 신부 방식으로 데모를 하려고 합니다. 설마 신부님들에게 진압봉을 휘두르진 않겠죠?

나는 애국 투사도 아니고 민주열사도 아니고 광우병 대책위 관계자도 아니지만 시청 앞에 한 자루의 촛불이라도 더 켜보겠다는 생각으로 오늘 시청 앞에 나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사제단이 든 영성체를 과연 경찰들이 막아서는지, 폭력으로 진압 하는지 두 눈으로 확인해 볼 생각입니다.

신부님들이 영성체를 들었는데도 잡아간다면 오늘은 나도 잡혀 갈 생각입니다. 이 정부가 제정신인지 아닌지 오늘 확실하게 두 눈으로 볼 수 있겠군요. 천주교에 반해 개종하면 집에서 난리 날텐데...아무튼 오늘 성스러운 저녁을 만들어 봅시다.



                                                                
by 김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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