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시청앞 광장의 잔디와 세종로, 태평로의 아스팔트에서 발을 떼고 날아오른다. 수직거리로 넉넉잡고 200M쯤 날아 오르면, 뭔가 조망이 보일 것 같다. 전근대, 근대, 탈근대의 3 개의 고리가 중첩되어 일으키는 소용돌이는 역시 3종일 것이다.
공권력에 부들부들 떨며, 고개 땅바닥에 코닿도록 엎드린 전근대의 굴종이 그 하나요, 그 공권력의 기세에 뻣뻣이 저항의 몸부림을 치며 아득바득 대드는 근대의 대립이 그 둘이요, 철가면 앞에서 아리랑 윤무를 뻔뻔스럽게, 심지어 어린애처럼 활짝 추는 탈근대가 그 셋째이다.
층계를 타고 내려오는 근대의 명령을, 전근대의 굴종이 받든다. 탈근대를 겁박하기 위해 우악스런 손으로 시계바늘을 미군정, 자유당의 추억, 겨울 군사공화국으로 돌린다. 근대의 눈과 전근대의 발로 럭비공 탈근대를 제어하겠다고 용쓰며 땀흘리는 선출 독재권력의 억지도 보인다.
전근대의 아리랑 춤이 보이고, 근대의 움킨 주먹 내저으며 부르는 '님을 위한 행진곡'이 들리고, 근대의 헌법조문을 깎듯이 모시는 탈근대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의 경쾌한 음률이 굳어진 몸을 흔들어 추동한다.
위태로운 하이힐, 더 위태로운 미니스커트의 탈근대 발랄을 야유하는 철가면, 방패, 그리고 소화분무기의 뿌연 연기, 그것은 이내 사라지고 말 근대의 운명이다.
근대 권력자 이명박에 맞서는 대항체, 노동조합의 경직성이 근대를 탈주하여 탈근대로 망명한 자유로운' 길거리 연대' 앞에 서면, 목은 더 뻣뻣해지고, 발은 빗물 들어간 군화처럼 무겁다.
두 줄로 길게 뻗은 채 서리 맞은 철로 위를 달리는 기찻소리와 함께, 전근대의 새벽과 황혼, 그리고 밤의 고요를 여지없이 깨뜨리던 근대의 참혹한 파괴로부터 탈근대로 나가는 우리는 구원의 불빛을 좁은 문 틈새에서 볼 수 있는가?
근대를 탈주하는 기나긴 여정, 2008년 7월이 서럽고, 기쁘고, 두렵고, 설레인다. 전쟁만큼 무서운 세상구도의 변화- 과연 그것이 행복한 과실을 우리에게 탐스럽게 내놓을지, 아니면 독 묻은 사과를 내놓을 지, 혼돈의 회오리 바람이 몰고 온 먼지가 고동 모양처럼 몸을 감는 느낌이 드는 것은 대체 무슨 까닭일까?
by 물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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